“일단 그러면 이틀 전까지는 올 수 있다는 거죠. 아, 내일이네…. 시간이 좀 없긴 한데,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요. 네. 바로 연락드릴게요.” 다니엘이 기다랗고 알록달록한 젤리를 입에 물고 앞니로 가볍게 잘근거리며 손을 뻗었다. 통화를 끝낸 뒤 바로 핸드폰으로 메일을 확인하던 민현이, 어? 하고 잠깐 다니엘을 바라보더니 손바닥 위로 제 손을 겹쳐 올려둔...
다니엘은 혼자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많지 않은 예산과 함께 잡힌 일정 때문에 서너 시간을 자고 촬영에 임한 지도 며칠째였다. 날이 곧 풀린다는 말은 터무니없게 느껴질 정도로 추워서, 매니저 석민이 쥐여준 핫팩을 연신 팔꿈치께와 뒷목에 붙여두고 있었다. 다니엘, 우리 이거 너무 좋았는데 한 번만 더 가자. 촬영장은 드물게 치프가 전부 여자였다. 춥고 힘...
옅게 잠든 데다 얼마 누워있지도 못한 터라 머릿속이 멍멍하게 울리는 것을 느끼며 민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졸린 것은 둘째치고 눈이 시려서 가만히 손끝을 눈가에 대고 부드럽게 문지르기를 몇 분, 한 박자 늦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릴 준비를 해댔다. 밝아오는 액정을 잠깐 둔하게 보고 있다가 진동과 함께 트럼펫 소리가 퍼져 나가기 직전에야 황급히 알람을 끈...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숙소 앞에서 민현은 주인을 조금 기다렸다. 딱히 미안한 기색 없이 유쾌하게 헬로, 하며 민현의 짐을 대신 들어주는 금발의 여자는 올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건 저도 마찬가지라며 유쾌하게 몇 번 웃은 그녀는 식사를 했느냐 물었고 민현은 고개를 저었다가 괜찮다고 몇 번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나가서 먹으려고. 짧은 설명...
“이거 진짜 불공평하다고.” “뭐가.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하고. 같이 일하는 거. 간단히 덧붙인 민현의 말에 성우는 달리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스트로로 휘휘 테이크아웃 컵을 저었다. 얼음만 남은 캐러멜 마키아토 잔이 성우의 부산스러운 움직임에 다각다각 소리만 요란하게 난다. 정신 사납게 한다, 또. 민현이 힐긋 쳐다보자 성우가...
민현이 눈을 번쩍 뜬다. 시선을 느꼈다는 걸 알았는지 머리맡에서 빤히 내려다보던 눈매가 살곰 휘더니 금세 눈이 부신 사람처럼 접힌다. 몰래 보고 있었는데, 들켰다. 딱히 몰래인 것도 아니었으면서 괜히 말하는 목소리가 낮고 다정해서 민현은 조금 마른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웃었다. 더 자도 되는데. 그런 말을 하는 얼굴을 이미 잠에서 깬지 오래인 것처럼 말끔해...
백까지 끈질기게 센 다음, 다니엘은 몸을 일으켰다. 별다른 미동 없이 색색거리던 민현은 잠든 게 아니었는지 생각보다 빠른 반응을 보이며 다니엘의 쪽으로 몸을 뒤척였다. 시선이 마주치기 전에, 다니엘은 얼굴을 돌리며 허리를 숙였다. 바닥에 아무렇게 널브러진 옷가지를 대충 줍는 다니엘의 등을 보는 민현의 시선이 고요했다. “가야 돼서요. 뒤에 일이 좀 있어서....
이건 대학생 때 잠깐 방송쪽에서 알바했던 미썸시의 민현이다. 너무 빡센 스케줄에 그마저도 끝나면 다음 스케줄까지 술먹고 도제식 군대식 너무 싫어서 금방 때려쳤지만, 그래도 아직 세트도 안 지어진 새벽 촬영장에 와서 텅빈 스튜디오 보는 게 자못 좋았던 민현. 이건 연휴에 유아단체관람 잡혀서 행사까지 치르고 돌아서는 길에 찍힌 사진이다. 애기가 잘생긴 아저씨 ...
다리가 다친 다니엘을 보살핀다는 명목으로, 당분간 민현은 다니엘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라 시네마와도 별로 멀지 않아 출근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고, 오히려 운전을 하지 못하는 다니엘의 차로 오가느라 시간은 더 단축됐다. 다니엘은 민현이 운전하는 제 차를 타고 민현이 데려다주는 병원에 다녀온 다음 그의 출퇴근에 함께했다. 번번이 와서는 택시를 타고 돌아...
-야, 고맙다. 덕분에 살았네. “이런 식으로 자꾸 나 갖다 쓸 거야?” -에이, 또 말을 그렇게 하시네. 몸은 좀 괜찮고? 민현은 부러 기침을 콜록콜록 뱉으며 전화기 너머의 성우에게 대답했다. 아파 죽겠는데 네가 부려먹어서 더 아파진 거 같아. 그러자 명쾌한 목소리가 돌아온다. 다 나았네. 안 속는군. 민현은 손등으로 입가를 가볍게 꾹 눌러 닦으며 센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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